항해

 

항해 (Voyage).

 

예수를 여전히 십자가에 매달아 놓은 상태로 <소설 예수>(나남출판사, 2020-2022) 7권을 끝냈습니다.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그가 남긴 말을 이렇게 썼습니다.  

“십자가 밑으로 모여들지 마시오.”

“나를 찾아오지 말고 그대들의 길을 걸으시오.”

그가 걷다가 멈춘 그곳에서 한 걸음 더 걸어가고, 그가 살며 겪었던 세상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을 이루는 일. 그의 뜻이 분명 그러했을 것이라고 저는 믿었습니다.  

<등대섬>(나남출판사, 2026년 3월)에서 이현우는 섬을 떠납니다. 바람 불고 파도 높은 날 밤, 아버지가 남겨 놓은 ‘갈매기’호를 타고 바다로 나갑니다.

“어디에 이를지 알 수 없을지라도 배를 타고 떠나자.”

조그만 배를 몰아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소설의 임시 제목은 <대항해>였습니다.  

현우는 섬으로 돌아옵니다. 등대교회 예배당 바닥, 출입구 쪽으로 몸을 쭉 뻗고 엎어져 있습니다.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위로의 노래를 부르며 어른들은 그를 받아들입니다. 옷에 묻은 흙을 제대로 털지도 못하고 비죽비죽 울음을 참으며 마당에 들어서던 자식을 키웠으니, 현우가 왜 그렇게 엎어져 있는지 어른들은 다 압니다.

소설 <등대섬>은 바다 너머 어디에 좋은 세상이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세상 끝, 경계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서로 받아들이며 살 수밖에 없는 곳에서 항해를 멈춥니다.

“사람이 사람을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세상 누가 사람을 사랑하겠는가?”

<소설 예수>에서 밝힌 예수의 가르침은 세상 밖으로 사람을 끌고 가지 않습니다. 여기가 거기이고, 여기에서 우리끼리 끌어안고 끝까지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