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는 끊임없이 몰려 오는데...
파도는 끊임없이 몰려 오는데…
사람의 몸에는 35억년을 이어 살아온
수 많은 생명체의 후손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사람 고유 형질보다 훨씬 더 많은 다른 생명체 형질이
깃들어 있는 셈입니다. 혹 불쾌하게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사람
고유형질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나에게 내 몸은 우주의 축소형이지만, 내
몸에서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말 그대로 거대한 우주다.’
비록 무게로는 얼마 안되지만, 사람
몸 속에서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 미생물 전체의 숫자는 사람 몸 세포 전체의 숫자와 비슷합니다. 사람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날마다 새로 태어나고 죽듯, 우리 몸
안에서 살아가는 미생물 세포도 태어남과 죽음을 끊임없이 겪으며 삽니다. 그 많은 생명체를 사람이 항상
품고 살아왔다는 말입니다. 그것이 싫다고 몸에 경계의 벽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사람 몸을 구성하는 세포만 남겨 놓고 다른 모든 생명체를 몰아내거나 제거할 방법이 있겠습니까?
코로나바이러스가 2020년 1월부터 세상의 흐름을 한동안 멈춰 세웠습니다. 1년의 반을 해외에서
지내는 저는 ‘한국 사람’이었기에 불편한 절차를 밟기는 했지만
계속 출장을 다닐 수 있었습니다. 서유럽과 북미 동아시아의 몇몇 국가는 백신으로 허둥지둥 위기를 겨우
넘겼습니다. 불행하게도 그 지역 밖에서 살던 사람들, 세계
인구의 2/3 넘는 사람들이 그대로 위험에 노출되었습니다. 성공적으로
대응한 지역에서도 수 많은 사람들이 속절없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때로는 코로나바이러스 희생자로, 때로는 그저 노환으로, 어떤 경우에는 기저질환 사망으로 통계에 잡혔습니다. 겉보기에 번지르르했던 사회가 속으로는 어떻게 불평등했고, 몰인정했는지
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동구 밖 큰 그늘 느티나무에는 여러 새가 모여듭니다. 이가지 저가지로 날아다니며 지저귑니다. 모든 생명이 깃들어 사는
나무에서 바이러스는 이 가지에서 가까운 저 가지로 건너 뛰어 다른 숙주에게 옮겨갑니다. 같은 바이러스끼리
뿐만 아니라 옆 가지에서 만난 다른 생명체에게도 유전체를 넘겨주고 넘겨받습니다. 변이를 일으킨다는 말이지요
이제 사람을 연구하는 것은 더 이상 사람의 건강과 질병에 관한 연구가 아닙니다. 사람 몸에 깃든 우주를 연구하고, 우주 온 생명체계를 연구하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능력을 사람이 얼마나 빨리 갖출 수 있을까요? 유전자는
이기적이라니, 인간 숙주를 멸종시키는 일만은 피하면서 평화롭게 인간 몸 속에서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바이러스의 진화를 기다려야 할까요?
최근에 발간한 소설 <등대섬>을 쓰면서 더욱 깊어진 생각이 있습니다.
‘파도는 끊임없이
몰려오고 또 몰려오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섬을 봉쇄하며 살 수 있을까?’

독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삭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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