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에덴동산만 창조하셨는가?

 

하느님은 에덴동산만 창조하셨는가?

 

태초에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간결하고 장엄하고 아름다운 선언입니다. 아브라함을 공통의 조상으로 섬기는 유대교,기독교, 이슬람 등 3대 유일신교에서 고백하고 받아들이는 신앙의 기초입니다. 이 고백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위 어느 신앙체계, 종교에도 속할 수 없습니다.

신앙도 수학처럼, 정의(定義)를 받아들이고, 그 위에 차곡차곡 연관 정의를 쌓아 올리고 정리(定理)를 통해 증명을 펼칩니다. 정의는 받아들이는 전제이고, 정리는 전제로부터 전개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 정의가 흔들리면 그 위에 세워진 다른 정의와 정리 공리가 다 흔들립니다.

 

제가 쓴 <소설 예수>(2020-2022. 나남출판사 발행. 7)에서는 창세기라는 정의를 바탕으로 에덴동산사건을 정리로 다뤘습니다. 순서대로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하느님과 함께 지내다가 자꾸 동산 밖을 넘겨다봅니다. 새로운 것,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호기심이지요.

둘째, 하느님이 사람에게 동산 밖에 나가보라고 말합니다.

여기 에덴동산 뿐만 아니라 동산 밖도 내가 창조한 세상이니라!”

셋째, ‘아담과 하와가 손을 잡고 에덴동산 밖으로 걸어 나갑니다. 하느님이 쫓아 나와 그들을 배웅합니다. 그리고 당부합니다.

그 곳에서도 잘 지내라! 혹 내가 해줄 일이 있으면 큰 소리로 외쳐 부르렴! 그러면 내가 금방 찾아가마! 아니면 여기로 가끔 돌아오든지…”


The Garden of Eden, Velvet worked with silk and metal thread; long-and-short, split, stem, satin, chain, knots, and couching stitches; applied canvas worked with silk thread in tent stitch, British

<The Garden of Eden> British Museum

 

<소설 예수>에서는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했다는 정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개를 펼친 셈입니다. ‘에덴동산사건을 기독교가 얘기하듯, 선악과(善惡果), 원죄, 에덴동산추방, 끝없는 방랑과 고난으로 전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애기합니다.  

예수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지만 저는 기독교 소설의 범주를 넘는 얘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하느님의 축복과 배웅을 받으며 에덴동산을 떠난 사람이 이뤄가는 역사라면, 지은 죄 때문에 처벌을 받고 종국에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 가르침이 펼쳐 보인 역사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이 암담하고 절망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처음부터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그렇다고 미리 자포자기 하지 말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가져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에덴동산을 벗어난 첫 사람이 아담과 하와였다면, 하느님의 끝 없는 돌봄에서 걸어 나와 자기 두발로 세상을 걸으며 사람으로 살아보자는 얘기가 <소설 예수>입니다. 예수는 하느님에게서 걸어 나온 첫 사람이라는 설정입니다.


 이야기는 <등대섬>으로 이어집니다. 서양 신학, 철학, 사상, 제도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작은 외딴 섬에서 어떻게 사람으로 살아가는지 살펴봅니다. 그 섬으로 떠밀려 오고 쫓겨온 사람들이 이룬 공동체(Communitas)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살아갑니다. ‘이뤄지지 않는 약속대신 생명을 이어갈 길을 찾아 헤매는 등대섬 주민들이 21세기 인류의 삶이라고 애기합니다. 그들은 겪었던 고난과 아픔을 조그만 항아리에 담아서 함부로 날뛰지 않도록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둡니다. 낮에는 이웃들과 서로 돌보며 살다가도 밤마다 꿈속에서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정답 없는 삶이라도 실망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댓글

  1. 에덴 동산은 종교의 한계를 드러낸다. 종교는 동산 안에 가둔다. 동산은 없다. 유토피아,
    우 토포스는 없는 곳이다.
    창조는 감옥에 가두는 것이 아니고 감옥 밖으로의 확대다.
    선생님의 소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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