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하구에서 - 나와 우리 2

 

강江 하구河口에서

 

<소설 예수>에서 예수가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나는 '나'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자유를 얻었습니다. 내가 겪을 일은 내가 찾은 자유의 대가입니다.”

 

자유를 찾은 대가가 십자가 처형이라니 끔찍하지 않습니까?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자기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찾고 자기 걸음을 걸은 일로 사회적 배제와 처벌을 받았다는 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2000년 전에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우리속에 함몰된 공동체 우리가 지키려는 가치, 공동체의 목표, 공동체의 관습과 전통에서 한 걸음도 걸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의 정체성Identity은 내가 찾는 것이 아니고 공동체와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따르기 마련이었습니다.

다른 사람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 것인가? 내가 지금 하려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수치스러운 일이 되지 않을까?”

마을의 수치, 가문의 수치, 어느 지방에 사는 사람으로서 느끼게 될 수치명예를 지키고 수치를 당하지 않는 일, 바로 명예와 수치(Honor and Shame)가 나와 공동체의 행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그 기준을 넘어 잘못을 저지르면 나의 수치를 넘어 마을, 가문, 파당, 민족, 자기가 속한 공동체가 명예를 잃고 수치를 겪는 일이 되었습니다.  

나를 나와 우리로 인식하는 기준은 언제나 명예의 기준과 일치하게 됩니다. 따라서, 1세기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삶의 환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2000년 전 사람들의 언어 습관과 문화, 사회적 환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21세기에서 어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성장과정, 교육, 부모,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심리적 상태를 분석합니다. 그런데 예수가 살았던 시대에는 한 개인이 어떤 고민을 가졌고, 어떻게 그 고민을 해소했고, 어떻게 정신적으로 성장했는지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자라면서 심성이 변하거나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각 사람에게 허락한 그릇에 맞도록 그 사람의 심성과 능력을 그 그릇에 담아 주었고, 특별한 이유 때문에 그분이 바꾸기 전에는 태어난 사람으로 살다가 죽는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태어날 때 주어진 환경과 구분을 넘어서는 일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일로 생각했습니다. 그 환경과 구분이 바로 거룩이었습니다.


     사진출처  imaggeo


무슨 말인가요?

공동체 우리속에 깊이 심어져 있는 를 벗어나는 일은 하느님이 그어준 거룩의 기준을 일부러 넘어가는 일이었습니다. 마치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일장기를 휘두르며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는 것처럼 받아들일 겁니다.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일을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2000년전 이스라엘, 그 중에서도 거룩한 땅 중 가장 거룩한 하느님의 도시 거룩한 성 예루살렘에서는 반드시 처벌해야 할 범죄행위가 됩니다.    

한 사람이 죄를 지으면 천 사람 만 사람 그리고 크게는 민족이 하느님의 처벌을 받는 사회

한 사람을 죽여 백성을 살리는 사회  

바로 공동체 우리속에 한 사람 를 억지로 집어넣고 그 일이 당연하다고 믿고 살았던 사회에서 예수는 주저하지 않고 걸어 나왔습니다. 홀로 된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나사렛에 그대로 남겨두고, 맏아들의 의무를 내던진 채 그의 길을 걸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할 때 듣는 말입니다.

보는 만큼 보이고, 듣는 만큼 듣는다. 그런데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저는 <소설 예수>에서 예수가 사람들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말로 기록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듣고도 듣지 못하는 세상을 예수는 어떻게 넘어설 수 있었을까요? 바로 우리 속에 함몰된 나를 벗어나서 를 인식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로 인식할 수 있었던 계기가 무엇이었을까요?

온 세상에 가득한 하느님의 현현顯現, 일반 계시啓示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예수 한사람에게 허락된 특별한 계시가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세상 첫날부터 하느님이 보여준 계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는 가르쳤습니다. 자기에게 쏠리는 사람들의 기대, 메시아(그리스도)를 거부하며 외쳤습니다.

한 사람이 나서서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다 힘을 합쳐야 바꿀 수 있습니다.”  

인류 역사는 한 사람의 자유에서 제한된 사람과 계급의 자유로, 특정 민족과 특별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의 자유로, 그리고 마침내 모든 사람의 자유로 흘러 내려왔습니다. 샘을 떠난 물이 아래로 아래로 흐르며 더 많은 물줄기를 받아들여 냇물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에 흘러 들듯이.

예수처럼 나를 나로 깨닫는 일이 바로 샘에서 물이 퐁퐁 솟아나오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1세기는 예수에게서 흘러내린 물이 강 하구에 이른 시대라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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